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시즌2: 고려아연이 첫 번째 시험대
ISS, 2026년 의결권 시즌의 첫 신호탄을 쏘다
2월 17일 현재, 2026년 한국 주주총회 시즌에서 가장 주목도 높은 의결권 권고가 이미 발표됐습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3월 24일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한 것입니다. ISS는 반대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고가 자사주 매입 후 저가 유상증자를 통해 소수주주 가치가 희석된 점, 영풍과의 상호주 취득으로 의결권이 사실상 제한된 논란, 그리고 주요 전략 투자 결정이 이사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KOSPI 100 기업이자 세계 최대 아연 제련 업체인 고려아연에서 국제 자문사가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를 상대로 반대 권고를 내린 것은 이례적으로 강력한 신호입니다.
ISS 권고 단독으로 주총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권고는 핵심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국민연금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주식의 약 5%를 보유하고 있어, 현 경영진 측과 반대 주주 측 사이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습니다. 이번 주 시장은 국민연금의 대응을 이례적인 집중도로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고려아연 한 기업의 문제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 국민연금이 실제로 바꾼 것
고려아연 사태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정책의 변곡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2월 초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2026년을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의 원년으로 규정했습니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쌓아온 적극적 주주활동의 기조를 한층 심화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가장 구체적인 변화는 사전 공시 기준의 확대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분율 5% 이상 보유 기업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으며, 이는 기존 10% 기준을 절반으로 낮춘 것입니다. 사소한 조정이 아닙니다. 사전 공시 대상 기업 수가 사실상 두 배로 늘어나면서 주총 직전 협상 여지가 줄고 양측 모두의 책임이 강화됩니다.
국민연금은 또한 배당, 임원 보수, 법령 위반, 산업안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그 대화에 참여했음에도 개선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이 대목은 의미 있는 수위 상향입니다. 국민연금의 서한을 형식적으로 처리해온 기업들에게, 이제 관여 이후 무대응은 '반대' 표결을 넘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상법 개정안의 배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5년 9월 9일 공포되어 2026년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을 확대합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가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상장사 독립이사 최소 비율은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높아집니다. 의결권 주식 1% 이상 보유 주주는 정관 개정 없이 주총 6주 전에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책 모멘텀과 법적 수단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이라는 시험대: 세 가지 시나리오
3월 24일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에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이번 주 현재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 국민연금이 최 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다. 시즌2 의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선택입니다. ISS의 독자적인 반대 권고가 국민연금에 정치적 명분을 제공합니다. 글로벌 주요 의결권 자문사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가 동시에 반대할 경우 최 회장 재선임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신호는 경쟁 이사 선거에 직면한 다른 KOSPI 기업들에도 파급 효과를 미칩니다.
-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경영진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불만을 표시하는 중간 경로입니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의 전례를 볼 때 이 시나리오는 현실적입니다. 다만 시즌2 선언이 무색해지는 결과로 읽힐 것입니다.
-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다. ISS 권고와 국민연금 자체 정책 방향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낮지만, 장기 주주가치 측면에서 현 체제 유지를 판단할 경우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시즌2 발표의 신뢰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할 것입니다.
2월 17일 현재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5% 사전 공시 정책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월 24일 주총 이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표해야 하며, 이는 예년보다 이른 시점이 될 것입니다.
기관투자자가 3월 24일 전에 해야 할 일
고려아연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 주총의 단기 이슈가 아닙니다. 2026년 의결권 시즌 전체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입니다. 한국 주식에 익스포저가 있는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주 다음 사항을 점검해야 합니다.
- 고려아연 보유 현황 및 의결권 정책 정합성 확인. 직접 보유 고객은 의결권 자문 커버리지를 확인하고, 이사회 독립성 및 특수관계인 거래에 관한 자체 의결권 정책이 스튜어드십 공약과 일치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ISS를 단순히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근거한 반대 의견이 수익자와 감독당국에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됩니다.
- 국민연금 추적 대상 포트폴리오 기업의 관여 기록 업데이트. 새로운 관여 프레임워크에 따라 5~10% 지분 보유 기업도 사전 공시 대상에 포함됩니다. 동일 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도 3~4월 주총 성수기 이전에 자체 관여 기록을 정비해 두어야 합니다.
- 상법 개정 전환 리스크 모델링. 2026년 9월 시행을 앞두고, 현재의 지배구조가 기술적으로는 적법하더라도 개정 이후에는 변화가 불가피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지배주주 일가 중심의 이사 추천, 취약한 감사위원회, 낮은 독립이사 비율을 가진 기업들이 가을부터 컴플라이언스 압박에 직면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해당 포지션을 점검하십시오.
현재부터 3월 24일 고려아연 주총까지의 시간은 짧습니다. 2026년 한국 의결권 행사 프레임워크를 정비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 지금이 그 창을 닫기 전 마지막 적기입니다.
참고 문헌
- ISS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고려아연 2026 주총 의결권 권고 보고서," 2026년 2월. issgovernance.com
- 국민연금공단,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2 — 김성주 이사장 기자간담회 발표문," 국민연금 공식 자료, 2026년 2월. nps.or.kr
-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의결권 사전 공시 기준 확대(5% 기준) 시행 공고," 보건복지부 발표문, 2026년 1월. mohw.go.kr
-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5년 9월 9일 상법 개정 공포 및 법률 최신 동향," 클라이언트 알림, 2025년 9월. kimchang.com
- ACGA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협회), "Korea Moves Forward on Governance Reform," ACGA 블로그, 2025. acga-asia.org